크리스마스로 불리는 소년 (A Boy Called Christmas, 2021)
12월은 참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는 달이다. 벌써 일년이 다 지나갔다는 놀라움과 아무것도 한게 없다는 조급함, 또 나이를 먹었다는 알 수 없는 우울함까지 어릴때는 느끼지 않았던 현실이 물 밀 듯 밀려오는 시기인 것이다 .
물론 이래놓고 새해되면 또 근거없는 희망에 부풀어 올라 한해를 기념하는 새로운 컨셉을 잡아 혼자만의 세계에 매진하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12월은 조금 어둡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는 특히나 쉬는 날도 없어서 더 저조한데, 그러한 기분을 매꿔보고자 선택한 영화다.
아무 생각 없이 가슴 따듯한 영화나 보고 기분 좋게 잠들자는 생각이었는데 지친 평일의 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영화 내용 자체는 전형적인 어린이 모험 영화인데, 이상하게 어른이 봐도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가족영화를 봐줘야 한다는 관대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보이는 요소들이 마냥 어리지만은 않아서 그런거 같다.
크리스마스로 불리는 소년은 니콜라스라는 아이가 희망을 찾으러 떠난 아빠를 만나기 위해 엘프헬름으로 떠나는 모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저 할머니가 어린 손주들에게(정확히는 조카손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모험과 마법에 대한 이야기인데 할머니 역을 맡은 맥고나걸 아니, 매기스미스 배우가 등장해 이야기를 시작할때부터 이미 세상은 마법으로 가득하다. (맥고나걸 교수님 저 아직도 호그와트 입학 기다려요.)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서두에 던지는 말이 재밌다. '우주는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뼈속까지 이과 감성인 아이들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내 문과 감성에는 벌써 스며들어 하나의 호감도를 피워냈다. 자고로 꿈과 희망을 말할때는 수학이나 과학같은 차갑고 딱딱한 것들은 좀 감성적으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이 귀여운 친구가 주인공 니콜라스다. 그 옆에는 생쥐 미카인데.. 니콜라스가 끊임없이 가르친 끝에 마법처럼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입이 트이자마자 엄청나게 말을 많이 하면서 영화내내 감초역할을 한다. 귀여운 수다쟁이.
왕이 백성들을 불러모아놓고 물어본다. 우리에게 부족한게 뭘까. 백성들이 의료시스템, 최저임금, 공정한 통치 체제? 하면서 왕의 뼈를 때린다. ㅋㅋㅋㅋ 맞는 말을 외면한 왕은 뜬금없이 희망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 희망을 되찾아줄 무언가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보상하겠다고 제안하는데, 니콜라스의 아빠는 이 말을 듣고 사람들과 전설처럼 내려오는 엘프들이 사는 마을 엘프헬름에 갔다오겠다고 떠난다.
그 후에는, 뭐. 가족 모험 영화의 흐름이 대부분 그렇듯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가족의 사랑, 희망에 대해서 영화 내내 나온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옳은 길이기 때문에 진부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마법과 현실에 쩌든 어른들에게도 희망과 믿음을 줬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 정도다.
영화에서 유독 희망과 믿음을 강조하는데 이게 마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마법같같은 날이어서 더욱 필요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낭만과는 거리가 먼 질병이 무서운 속도로 다시 세상을 얼어붙게 만든다. 사람들은 몸을 사리고 불안 속에 스며든 불행을 느끼며 몸을 떤다. 하지만 마법같은 희망과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봐도 되지만 그 전에 좀 지치고 우울할때 가볍게 틀어놓는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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